팔라우는 제 여행 리스트에 딱히 들어 있던 곳은 아니었어요. 휴양지도 많고, 바다는 어디든 예쁘니까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 있나 싶었죠. 그런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까, 왜 그토록 ‘팔라우는 진짜 다르다’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같은 바다인데도 느낌이 너무 달랐어요. 뭔가 더 맑고, 더 조용하고, 더 깊은 곳. 그리고 그곳에서 보낸 며칠은 지금도 자꾸 떠오르는 기억이 됐습니다. 특히 이 세 가지 순간은, 지금 돌아봐도 다시 한번 가고 싶게 만들 정도였어요.
젤리피쉬 레이크, 말로 설명 안 되는 순간
이 호수는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부터 신기했어요. 수천 마리 해파리 사이를 유영하는 사람들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여서요. 직접 가보니, 실제는 그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몽환적이었어요. 해파리들이 천천히 흐르듯 움직이고, 우리는 그 사이를 따라 천천히 헤엄치고. 바닷속 소리만 들리는 그 공간에서, 굳이 말 안 해도 서로의 숨결이 느껴졌어요. 독성이 거의 없어서 걱정은 없었고, 단지 해파리를 다치게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선크림도 바를 수 없고, 장비도 환경을 해치지 않는 걸로 제한돼 있어서 더 조심스러워졌어요. 오히려 그 덕분에 더 집중하게 되고, 순간에 머무르게 되더라고요.
블루코너 다이빙, 눈앞에서 펼쳐진 바다의 스케일
제가 이곳에서 본 바다는,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이곳은 조류가 강해서 초보자는 접근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펼쳐져요. 거대한 만타레이가 바로 옆을 스치고, 수백 마리 물고기 떼가 사방에서 움직이는 장면은 지금도 또렷해요. 무서움보다는 경이로움이 더 컸어요. 함께 갔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땐 말없이 웃었어요. ‘이 장면을 같이 보고 있구나’ 그게 묘하게 울컥했거든요. 다이빙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얕은 포인트에서 시작해도 좋아요. 팔라우의 바다는 깊이가 달라서, 수면 가까이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락아일랜드, 노 저으며 나눈 대화들
팔라우에는 작고 둥근 섬들이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어요. 그 풍경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카약이더라고요. 빠르게 움직이는 투어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노를 저어 가는 방식이라 그런지 더 조용하고 느긋했어요. 섬과 섬 사이를 지나며 나눈 대화, 아무 말 없이 함께 바라본 바다, 중간중간 멈춰서 발 담근 작은 해변. 그 평범한 순간들이 오히려 더 오래 남더라고요. 특히 해 질 무렵 노을이 바다에 비칠 때, 그건 정말 그림 같았어요. 인생샷도 많이 남겼지만, 그보다 기억에 남는 건 그냥 그 조용함 자체였던 것 같아요.
팔라우는, 다시 꺼내보고 싶은 여행
지금도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팔라우 폴더에서 자꾸 멈추게 돼요. 뭔가 특별히 거창한 액티비티를 한 것도 아니고, 유명 맛집을 돌았던 것도 아닌데, 기억은 계속 떠올라요. 그건 아마 팔라우가 그런 곳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모든 게 조금은 천천히 흐르고, 자연이 모든 감각을 깨워주고, 함께 있는 사람을 더 깊이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곳. 그 감정이 참 진하게 남아 있어요. 혹시 누군가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저는 팔라우를 꼭 추천하고 싶어요. 바다 너머로, 정말 특별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