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도시 곳곳을 가로지르는 템스강이었다. 지도에서만 보던 이름이었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지니 꽤 웅장하고 고요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강을 따라 걷기만 해도 볼거리들이 이어졌다는 점. 런던아이, 타워브리지, 글로브 극장까지—하루를 템스강 주변에만 할애해도 충분히 알차다는 걸 직접 느꼈다.
관람차에 오른다는 것
런던아이에 갔던 날은 하필 흐린 날씨였다. 하지만 구름 낀 도시도 나쁘지 않았다. 135미터 높이에서 바라본 풍경은 회색빛 속에서도 충분히 멋졌다. 천천히 돌아가는 유리 캡슐 안에서 마주한 런던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어디서 본 듯한 건물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빅벤, 국회의사당, 세인트폴 대성당… 전부 이름은 익숙한데, 그걸 한눈에 본 건 처음이었다.
노을이 지는 시간대에 탑승하면 더 좋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해가 지면서 도시가 붉게 물들고, 건물마다 불이 들어오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줄이 길어질 수 있으니 미리 예매하는 게 낫고, 근처에는 아쿠아리움이나 박물관 같은 장소도 많아서 일정 짜기 어렵지 않다.
타워브리지, 건축물 이상의 경험
런던의 상징 중 하나인 타워브리지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다. 직접 보면 느껴진다. 날씨 좋은 날, 강바람 맞으며 천천히 다리 위를 걷다 보면, 런던이 왜 이 다리를 자랑스러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날따라 운 좋게 다리가 올라가는 순간도 볼 수 있었는데, 의외로 천천히, 조용히 움직였다. 그 광경은 꽤 인상 깊었다.
안쪽에 들어가 보면 유리 바닥 전망대가 있다. 겁이 많아서 망설이다가 결국 올라가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아래로 템스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아찔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근처에는 런던탑도 있고, 공원이나 선착장도 가까워서 도보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밤에는 조명이 들어와 훨씬 분위기 있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시간이 멈춘 공간
강 따라 조금 더 걸으면 나무로 지어진 둥근 건물이 하나 나온다. 처음 봤을 땐 무슨 박물관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이었다. 원래 있던 극장은 오래전에 불탔고, 지금은 그걸 복원한 버전이라고 했다. 고풍스러운 외관만 봐도 그 시대 느낌이 물씬 났다.
공연은 관람하지 못했지만, 내부 투어에 참여해봤다. 나무 무대, 천장 없는 관람석, 배우와 관객 사이의 거리… 평소에 접하던 극장과는 너무 달라 신기했다. 여름엔 야외공연도 자주 열린다니 다음엔 공연까지 보고 싶었다. 근처에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나 마켓도 있으니 하루를 예술적으로 마무리하기 좋다.
런던, 걷는 여행이 되는 도시
유명한 명소를 찍고 다니는 것도 좋지만, 런던은 그 사이를 ‘걷는’ 경험이 더 특별한 도시다. 템스강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풍경이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고전과 현대, 역사와 예술, 그리고 여행자의 감정까지 모두 이 강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디를 먼저 볼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강변부터 걸어보길 추천한다. 런던은 그렇게 천천히, 하나씩 보여주는 도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