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의 도시 치앙마이. 처음엔 그냥 자연 많고, 조용한 도시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다녀와 보니, 낮보다 밤이 훨씬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 중심엔 야시장이 있었고요. 조용한 로컬 분위기부터 북적이는 축제 같은 마켓까지, 분위기 제각각인 세 곳—위앙꾸암, 선데이마켓, 워로롯 시장—을 다녀왔는데, 하나하나 다 매력이 달랐어요.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서도 꽤 만족스러웠고요. 아래는 제가 직접 경험한 세 곳의 분위기와 이유 있는 추천이에요.
위앙꾸암 야시장 – 현지 감성 가득한 로컬 시장
토요일 저녁, 조금 한산한 분위기를 찾다가 알게 된 곳이에요. 위앙꾸암 야시장은 치앙마이 구시가지 남쪽, 위앙꾸암 사원 근처에서 열리는 조용한 마켓이에요. 워낙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길을 걷다 보면 “어?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관광객은 거의 없고, 전부 현지 사람들이었어요. 그 덕분에 저도 괜히 그 분위기에 스며든 기분이었죠.
시장 규모는 작지만, 그게 오히려 더 좋았어요. 천천히 둘러볼 수 있고, 발걸음을 급하게 움직일 필요도 없고. 파는 물건도 실용적인 게 많아요. 직접 만든 천가방, 핸드메이드 소품, 향초, 가죽 팔찌 같은 것들. 저렴하면서도 질이 괜찮아서 선물용으로 몇 개 샀어요.
가장 좋았던 건 시장 바로 옆에 사원이 있다는 거예요. 불빛이 잔잔하게 퍼지는 사원 안에 들어가 잠깐 앉아 있었는데, 시끄럽지 않고 참 편안했어요. ‘야시장’이라고 하면 북적이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위앙꾸암은 그 반대예요. 혼자서도 부담 없이, 마음 놓고 걷기 좋은 그런 조용한 시장이었어요.
선데이마켓 – 치앙마이 여행의 하이라이트
일요일 저녁이 되면, 치앙마이 중심부가 완전히 달라져요. 타페게이트에서 시작해 라차담넌 거리 전체가 마켓으로 변하는데, 그 규모가 진짜 어마어마해요. 선데이마켓은 처음 치앙마이에 간 사람이라면 꼭 들러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에요.
여기서는 못 파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수공예 악세서리, 옷, 소품, 예술 작품, 천연 비누, 향초까지. 한쪽에선 거리 공연도 하고 있어서, 걷다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되죠. 특히 망고찹쌀밥, 바나나 로띠, 태국식 팬케이크 같은 길거리 음식은 꼭 한 번씩 먹어봐야 해요. 저는 혼자였지만 거리 음식 먹으면서 여기저기 구경하는 그 시간이 꽤 재밌었어요.
물론 사람이 많다 보니, 가방은 앞으로 메고 다니는 게 안전해요. 소매치기 위험은 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통제가 잘 되어 있어서, 복잡하긴 해도 불편하진 않았어요. 혼자라는 이유로 주눅 들 필요 없는 곳. 오히려 그 북적임 속에서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에요.
워로롯 시장 –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치앙마이의 일상
워로롯 시장은 치앙마이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시장 중 하나인데, 관광객보다는 현지인 비율이 훨씬 높아요. 낮에는 로컬 마트처럼 식재료나 생필품을 파는 시장이고, 밤이 되면 분위기가 슬그머니 달라져요. 누가 “야시장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야시장이 되는 느낌? 그게 참 좋았어요.
시장 안에는 북부 음식도 많고, 간단한 간식거리도 많아요. 저는 혼자서 쏨땀이랑 튀김 바나나 하나씩 사 먹었는데, 양도 딱 적당하고 가격도 정말 저렴했어요. 관광지에서 먹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동네에서 ‘한 끼 해결하는 기분’이 들었죠.
재밌는 건, 이 시장은 마치 치앙마이 사람들의 하루가 쌓인 공간 같다는 거예요. 그들의 일상 안에 내가 살짝 끼어드는 기분.
그리고 시장 근처에 핑강이 가까워서, 다 둘러보고 나면 슬슬 걸으면서 하루를 정리하기도 좋아요. 시장 특유의 에너지를 충분히 느낀 후, 조용히 강가를 걷는 그 시간이 저는 특히 기억에 남았어요.
치앙마이의 야시장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었어요. 위앙꾸암의 로컬스러운 정적, 선데이마켓의 에너지, 워로롯 시장의 일상적인 생동감까지. 셋 다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지만, 각자의 매력이 분명했어요.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건 ‘편하게 돌아볼 수 있느냐’인데, 세 곳 모두 그런 점에서 만족스러웠고요.
야시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세 곳을 꼭 일정에 넣어보세요. 치앙마이의 밤은 낮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더 풍성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