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녀왔던 체코 여행기를 풀어보겠다.
사실 처음엔 망설였다. 유럽 혼자 간다는 건 상상만 해도 벅찼다. 더군다나 체코? 정보도 많지 않고, 주로 커플여행지 이미지가 떠올라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다녀온 지금은, 혼자였기 때문에 더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은 딱 10일. 그중 체코에서 8박을 보냈다. 어설프게 여러 나라 끼워넣는 것보다, 하나의 나라에 집중하고 싶었고 그게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도시 선택은 감으로, 루트는 천천히 짰다
여행 루트는 인터넷에서 많이 참고하지 않았다. 블로그 글들은 너무 일정이 빡빡하거나, 사진 위주라 내 상황에 맞는 정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내 기준은 ‘무리하지 말자’였다.
프라하 → 체스키크롬로프 → 브르노 → 프라하 이 순서로 돌았다.
- 프라하: 3박 했고, 주로 걷고 또 걷고, 카페에 앉아 멍때리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진짜 말도 안 되게 예쁜 도시. 특히 저녁 시간 카를교 근처는 혼자라서 더 좋았다. 누구랑 말 안 해도 풍경만으로 충분했다.
- 체스키크롬로프: 1박만 했는데, 2박 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너무 조용하고 예뻐서 영화 세트장 같았다. 걷다가 길을 잃었는데, 그마저도 즐거운 곳.
- 브르노: 완전 예상 밖이었다. 생각보다 도회적이고 젊은 느낌. 프라하보다 관광객이 적어서 진짜 체코 느낌이 나는 도시였다고 해야 하나.
프라하로 돌아와 마지막 하루는 그냥 아무 것도 안 했다. 그냥 쉬었다. 그렇게 계획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숙소는 안전 + 청결 + 위치 = 무조건 이 셋
혼자 여행이라 숙소는 예민하게 골랐다.
프라하에서는 시내랑 가까운 부티크 호텔을 선택했는데, 엘리베이터도 있고, 리셉션 응대도 좋았다. 무엇보다 방음이 잘 돼서 밤에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체스키크롬로프에선 한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리뷰가 정말 좋아서 선택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따뜻하게 맞아줘서 감동.
브르노에선 Airbnb를 썼다. 슈퍼호스트만 필터 걸어서 찾았고, 실제로 가보니 사진보다 나았다. 위치도 너무 좋았고, 아늑했다. 다만 도심이다 보니 밤엔 조금 소란스러웠는데,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내가 느낀 건 딱 하나. 위치가 애매하면 여행 자체가 피곤해진다. 차라리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중심지에 있는 게 낫다.
혼자니까 더 느낄 수 있었던 것들
사실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체코에서는 외롭단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
특히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체코는 정말 잘 맞는다. 도시 자체가 ‘걷기에 좋은 구조’다. 프라하 구시가는 아예 도보 전용 구역이라 혼자 걷는 사람도 많다. 누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냥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
식사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현지 브런치 카페나 베이커리 위주로 다녔다. 혼자 가면 눈치 보일까 걱정했는데, 전혀. 다들 각자 조용히 식사하거나 책을 보거나.
마지막 날엔 프라하의 국립미술관에 들렀는데, 너무 조용해서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거기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 시간이 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정리하며
10일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았지만, 나를 다시 정비하는 데 충분했다. 혼자라는 게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된 것 같다.
체코는 결과적으로 ‘혼자이기에 더 좋았던 여행지’였다. 너무 화려하지 않고, 너무 시끄럽지도 않고, 사람들의 시선이 편안했다.
혹시 혼자 유럽을 생각하고 있다면, 체코는 아주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계획이 복잡하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만 정하고 출발하면, 나머지는 그 나라가 알아서 채워준다.
정말 그랬다. 이번 여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