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에 갈 때는 가방이 거의 이삿짐 수준이었습니다. “혹시 몰라서”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때 알았습니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해 우비 두 개, 쓰지도 않은 운동화 한 켤레, 심지어 읽지도 않은 책까지 챙겼거든요. 출발할 땐 든든했는데, 3일쯤 지나니 어깨가 먼저 항복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도쿄 여행부터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진짜 필요한 것만’ 넣기로 했습니다.
꼭 챙겨야 하는 기본 아이템
여권, 항공권, 숙소 예약 확인서. 이건 말할 것도 없죠. 저는 이 세 가지를 작은 지퍼백에 넣어서 목에 걸거나 가방 안쪽 주머니에 넣어둡니다. 잃어버리면 곤란하니까요.
일본은 전압이 100V라서, 한국 전자제품을 쓰려면 멀티 어댑터가 필요합니다. 충전기는 스마트폰과 카메라용을 따로 챙기고, 보조배터리도 용량 큰 걸로 하나. 하루 종일 사진 찍고 지도 보느라 배터리가 금방 닳으니까요.
교통카드(스이카 또는 파스모)는 미리 준비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훨씬 편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현금은 큰 단위 지폐보다는 천 엔, 오천 엔 단위로 환전해서 들고 다니면 자판기나 작은 가게에서 계산하기 편리하고 좋습니다.
여행 일정동안 일기예보를 찾아보고 계절에 맞는 옷차림을 입으세요. 여름 도쿄는 습하고 무더워서 땀이 줄줄 납니다. 그래도 얇은 반팔, 손수건, 휴대용 선풍기가 있으면 견딜 만합니다. 겨울은 찬바람이 매서워서 방한용품(외투, 장갑, 목도리 등)을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행자 보험 앱이나 증서를 넣어두면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있으면 여행이 훨씬 편해지는 것들
필수는 아니지만 가져가면 매번 “아, 이거 챙기길 잘했다”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휴대용 와이파이 기기나 eSIM. 길 찾기나 번역, SNS 업로드까지 전부 편해집니다. 그리고 데이터가 끊길 상황에 대비해 오프라인 지도 앱을 미리 깔아 두세요. 생각보다 유용합니다.
쇼핑을 할 계획이라면 접이식 에코백이나 캐리어 확장 가방이 꼭 필요합니다. 일본 기념품이나 과자는 부피가 은근히 큽니다.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싶다면 보온병이나 작은 텀블러를 챙기는 것도 좋습니다. 컵라면 먹을 때나 커피 마실 때 유용하거든요.
장거리 이동이 있다면 목베개, 안대, 귀마개 같은 ‘작지만 효율 좋은’ 물건들이 큰 힘을 발휘합니다. 신칸센이나 비행기 안에서 숙면을 보장해 줍니다.
짐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
제가 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방에 넣으려는 물건을 다 꺼내놓고, 하루 동안 안 쓸 것 같은 것부터 빼는 겁니다. 그다음, ‘현지에서 쉽게 살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또 뺍니다. 이걸 두 번만 반복해도 절반은 줄어듭니다.
일본은 편의점이 많아서, 양말, 간단한 세면도구, 우산 같은 건 필요할 때 바로 살 수 있습니다. 대신, 한국에서 꼭 챙겨가는 게 좋은 건 환율 우대 쿠폰으로 바꾼 엔화, 본인한테 맞는 신용카드, 평소 사용하던 화장품 정도입니다.
또 하나, 여행 기간 동안의 날씨를 꼭 확인하세요. 비 예보가 있으면 방수 신발이나 작은 우산을 챙기고, 맑은 날씨엔 자외선 차단제를 빼놓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 팁
짐 쌀 때 중요한 건 무게가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물건 순입니다. 매일 쓰는 건 맨 위에, 가끔 쓸 건 아래쪽에 챙기세요. 일본에서는 쇼핑을 많이 하게 되니 돌아올 때 쇼핑한 물건이 들어갈 공간을 꼭 남기고 짐을 챙겨야 합니다. 아니면 귀국 날, 캐리어 위에서 온몸으로 지퍼를 누르는 불쌍한 장면이 벌어집니다.
도쿄 여행은 결국, 준비물을 얼마나 가볍게 하느냐가 편안함을 좌우합니다. 필요한 건 확실히 챙기고, 애매한 건 과감히 빼세요. 그래야 발걸음이 가볍고, 여행이 더 길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