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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와 인버네스 비교(매력, 접근성, 코스)

by 라벤더래빗 2025. 8. 6.

스코틀랜드는 유럽에서도 꽤 독특한 나라예요. 맑다 싶으면 곧 비가 내리고, 평범한 거리도 몇백 년 전 이야기들이 녹아 있는 곳이니까요. 그래서인지 도시 하나만 봐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그중에서도 에든버러랑 인버네스는 느낌 자체가 극과 극입니다. 저도 처음엔 둘 중 어디를 갈지 한참 고민했거든요. 그러다 직접 둘 다 가보고 나서야 차이를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에든버러 도시 전경


에든버러: 오래된 돌담길에서 만난 도시의 품격

에든버러는 ‘수도’라는 이름답게 도시 자체가 굉장히 정돈돼 있어요. 하지만 차가운 느낌은 전혀 아니고, 고풍스럽고 은근히 낭만적이죠. 올드타운 골목 사이로는 고딕 양식 건물이 줄지어 있고, 로열마일을 따라 걷다 보면 거리 공연, 작은 상점, 오래된 펍들이 번갈아 나타나요. 언덕 위에 우뚝 선 에든버러 성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는 건 기본이고요.

여름에 맞춰 간다면 프린지 페스티벌 기간이 겹칠 수도 있는데, 그때는 정말 도시가 통째로 공연장이 돼요. 길거리든 카페든 어디서든 무언가 벌어지고 있고, 계획 없이 걷는 재미가 꽤 쏠쏠해요.


인버네스: 북쪽 끝, 조용한 풍경 속을 걷다

반면 인버네스는 느낌이 완전 달라요. 관광도시라기보단 ‘자연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곳이랄까요. 도시 자체는 아주 작고, 딱히 볼거리가 많진 않아요. 근데 이곳을 찾는 이유는 그 주변 때문이죠.

네스호에 괴물이 있다는 전설은 유명하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풍경은 전설보다 훨씬 더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얼크하트 성이나 글렌코 같은, 영화에서나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요.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케언곰 국립공원도 가볼 만해요. 사람 적고, 공기 맑고, 그냥 그 자체로 쉼이 되는 공간이에요.


교통 이야기: 빠른 도시 vs 느린 여정

에든버러는 이동이 정말 편해요. 국제공항도 있고, 런던에서 기차 타고 4시간이면 도착하고요. 시내는 트램이든 버스든 잘 돼 있어서, 지도만 있으면 어디든 혼자서도 쉽게 다닐 수 있어요.

그런데 인버네스는 좀 달라요. 에든버러에서 기차 타면 3~4시간은 걸리고, 차로도 그 정도는 봐야 해요. 그런데 그 거리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되기도 해요.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이 워낙 멋져서요. 창밖 보다가 멍하니 앉아 있으면 어느새 도착해 있더라고요. 빠르게 움직이는 걸 원한다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여유롭게 떠나고 싶다면 그 시간도 꽤 낭만적일 수 있어요.


일정 짜기: 짧고 알찬 vs 길고 깊은

에든버러는 짧은 일정에 딱이에요. 주요 명소들이 몰려 있어서 2~3일이면 거의 다 볼 수 있거든요.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게 제일 큰 장점이고요. 여유가 있다면 노스베릭이나 로슬린 같은 근교도 하루쯤 들렀다 올 수 있어요.

인버네스는 하루 이틀로는 좀 부족해요. 네스호에서 유람선 타고, 드라이브하면서 주변 마을 구경하고, 국립공원에서 트레킹까지 하려면 최소 3~4일은 넉넉히 잡는 게 좋아요. 특히 렌터카가 있다면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요. 도시보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쪽이 훨씬 잘 맞을 거예요.


결국, 당신은 어디에 더 끌리나요?

에든버러는 도시의 역사와 축제 분위기를 느끼며 걷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고, 인버네스는 차를 타고 고요한 풍경 속을 달리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려요. 사실 어느 한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둘 다 스코틀랜드의 얼굴이니까요.

제 경험상, 도시부터 시작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여정도 꽤 괜찮았어요.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거든요. 만약 스코틀랜드가 처음이라면, 한쪽만 고르기보다는 둘 다 엮어서 여행해보는 것도 추천드릴게요.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