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늘 어디론가 가고 싶어지죠. 따뜻한 데 말고, 오히려 더 제대로 추운 데. 저는 그런 마음으로 삿포로 눈축제를 다녀왔어요. 매년 2월 초에 열린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스케일이 클 줄은 솔직히 몰랐어요. 삿포로 시내 곳곳이 눈과 얼음으로 꽉 찬 느낌이랄까요. 특히 오도리, 스스키노, 츠도무—이 세 장소는 분위기 자체가 아예 달라서, 하루 안에 전부 보려는 욕심은 버리는 게 좋겠더라고요. 저는 이틀로 나눠 천천히 다녀봤고요, 덕분에 꽤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어요.
오도리: 삿포로 눈축제의 중심
가장 유명한 곳이죠. 삿포로 시청 근처부터 텔레비전탑까지 이어지는 오도리 공원. 축제 기간에는 이 긴 공원이 전부 눈 조각과 대형 설치물로 채워져요. 규모가 진짜 커요. 그냥 눈사람 몇 개 세워놓는 정도가 아니라, 건물만 한 조각들이 줄줄이 세워져 있어서 보는 내내 감탄만 나왔어요.
특히 낮엔 하얗고 깨끗한 분위기가 좋고, 밤엔 조명이 더해져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요. 조명이 켜진 눈 조각들 사이를 걷다 보면 뭔가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기도 해요. 공연도 하고, 중간중간에 먹거리 부스도 많아서 구경하다 출출하면 따뜻한 오뎅이나 스프 같은 거 먹기도 좋았고요.
아, 텔레비전탑 전망대 올라가는 건 강추예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조명 켜진 오도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게 또 진짜 예뻐요. 커플, 가족, 심지어 혼자 온 사람들까지—여기 안 들리는 건 거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핵심이에요.
스스키노: 얼음 조각과 야경의 거리
여긴 분위기가 조금 달라요. 오도리가 ‘낮과 가족’ 느낌이라면, 스스키노는 ‘밤과 어른’ 분위기에 가까워요. 얼음 조각들이 쫙 전시되어 있는데, 눈 대신 얼음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더 시크하고 세련된 인상이 있어요. 특히 조명 받을 때 그 투명함이 정말 예술이에요.
저는 좀 늦은 시간에 갔는데도 꽤 사람이 많았어요. 거리 자체가 그리 길진 않지만, 조각 하나하나 정교해서 천천히 구경하게 되더라고요. 생선을 얼음 안에 넣은 작품이나, 가까이 가면 음악이 나오거나 빛이 변하는 작품도 있어서 지루할 틈은 없었고요.
관람 마치고 근처 라멘 골목에서 따뜻한 라멘 먹고 나왔는데, 그게 또 별미였어요. 뭐랄까, 찬 공기에서 걷다가 따끈한 국물 마시면 그게 바로 여행이지 싶더라고요. 조용히 산책하듯 보기 좋고, 사진 찍기에도 좋아서, 연인이랑 오면 딱일 것 같아요.
츠도무: 가족과 어린이를 위한 놀이 천국
여긴 확실히 어린이 천국이에요. 오도리나 스스키노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사람도 적당히 분산되고, 대신 엄청 활동적인 공간이에요.
눈 미끄럼틀, 튜브 썰매, 스노우 래프팅… 그냥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뛰어놀 수 있어서 애들이 진짜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혼자 갔지만, 그 활기찬 분위기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어요.
중간에 실내 공간도 있어서 따뜻한 데서 쉬거나 간식 먹기도 괜찮았고요. 현지 가족들도 많이 오던데, 주말엔 공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북적이지 않아서 더 여유롭고 좋았어요. 조용한 눈밭에서 뛰노는 아이들 보면서 괜히 마음이 말랑해졌달까요.
결론: 어떻게 돌아보면 좋을까?
셋 다 너무 달라서 뭐 하나만 보긴 아쉬워요. 하루에 다 돌려고 하지 말고, 하루 한 군데씩 나눠서 보는 걸 추천해요.
오도리는 ‘와 진짜 스케일 미쳤다’ 싶은 곳이고, 스스키노는 분위기 좋은 밤거리 산책 코스, 츠도무는 체험형으로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같이 간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동선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나 내년 눈축제 일정 체크해보고, 항공권이나 숙소 미리 잡아두면 진짜 알차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아직도 그 밤의 조명이랑, 얼음 사이로 들리던 웃음소리들이 생생해요. 여행 중에 추웠던 거, 발 시렸던 거? 다 기억 안 나고요. 그냥 ‘겨울이 이렇게 멋질 수도 있구나’ 했던 그 느낌만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