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면, 사파는 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이다
사파라는 이름은 언뜻 낯설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궁금했다. 베트남 북부 산악 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 계단식 논밭과 안개, 그리고 다양한 소수민족이 살아가는 곳. 사진으로만 보던 그 풍경 속을, 이번엔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외진 산간 마을이란 점에서 조금은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준비를 꼼꼼히 하게 됐고, 결과적으로는 무리 없이 잘 다녀왔다.
혼자 여행, 준비는 현실적으로
혼자 사파를 가기 전, ‘어떻게 다닐 수 있을까’부터 고민했다. 하노이에서 사파까지는 버스로 6~7시간 정도. 주로 슬리핑 버스를 타고 야간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새벽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는데, 도착하니 아침 6시쯤. 시원한 공기부터 확실히 도심과는 달랐다.
사파는 조용하고 안전한 편이지만, 그래도 혼자라면 몇 가지는 꼭 챙겨야 한다. 여권 사본, 현금 소액, 휴대용 배터리, 방수 자켓,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짐을 작게 싸는 것. 숙소는 사파 타운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예약했는데, 여성 혼자 여행자들이 많이 묵는 곳이라 그런지 꽤 안심이 됐다. 평점 높은 곳으로 고르면 대체로 실망은 없다.
참고로 옷차림은 단정하게, 너무 튀지 않게 입는 게 좋다. 현지 사람들이 워낙 소박한 편이라 혼자 다닐 때 이게 의외로 중요하게 느껴졌다. 구글 지도만 믿지 말고, 길 찾을 땐 근처 상점이나 식당에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하고 빠르다. 진짜다.
사파 2박 3일, 무리 없던 일정 정리
Day 1
도착 첫날은 무조건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게 좋다. 밤새 버스를 타고 오면 체력이 꽤 빠져서, 도착하자마자 트레킹은 비추다. 나는 짐만 맡겨두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멍 때리다, 오후쯤 사랑의 폭포(Love Waterfall)랑 함롱산(Ham Rong Mountain)만 가볍게 다녀왔다. 날이 좋으면 산 위에서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저녁엔 현지 식당에서 쌀국수 먹고, 일찍 숙소 들어갔다.
Day 2
이 날이 본격적인 트레킹 일정이다. 깟깟 마을(Cat Cat Village)은 워낙 유명하고 쉬운 코스라 초보자에게 좋다. 나는 좀 더 걸어보고 싶어서 ‘라오차이–따반(Lao Chai – Ta Van)’ 코스를 선택했다. 숙소에서 예약한 투어였고, 가이드가 동행했다. 중간에 민속 마을 지나가며 가이드가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그냥 혼자 걷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덜 불안하다. 시간은 5~6시간 정도 걸렸고, 점심 포함.
계단식 논밭을 따라 걷는 내내, “진짜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Day 3
마지막 날은 무리하지 말고 쉬는 걸 추천. 아침 먹고 사파 마켓 한 바퀴 돌고, 커피 마시면서 여행 정리. 이 날도 버스로 돌아가야 하니까 너무 늦게 움직이면 피곤하다. 오후 1시쯤 사파를 떠나 하노이엔 밤에 도착했다.
예산과 정보는 간단히 요약
- 슬리핑 버스(왕복): 약 4~5만 원
- 숙박(2박): 2만~6만 원 수준 (게스트하우스 기준)
- 트레킹 투어: 20만 원 안팎 (가이드 + 점심 포함)
- 식사: 1끼 5천~1만 원 정도
- 기타: 기념품, 간식, 입장료 등 포함해서 전체 30만 원 초반이면 충분
환전은 하노이에서 미리 하는 게 편하고, 사파에선 거의 현금만 통한다. 요즘은 카드 받는 데도 생기긴 했지만, 외곽 마을은 여전히 현금이 기본이다. 통신은 숙소 와이파이로 충분하지만, 나는 eSIM 하나 사서 데이터로도 불편 없었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3~5월, 9~11월. 비도 적고 날도 선선하다. 단,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니까 얇은 겉옷 하나는 꼭 챙겨야 한다.
망설이던 나에게, 사파는 잘한 선택이었다
혼자 간다고 하면 다들 걱정부터 하곤 한다. 물론 조심할 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덜어줄 만큼, 사파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지나가는 현지인이 아무렇지 않게 도와주고, 말이 안 통해도 웃으면서 길 알려주는 순간들이 오히려 혼자라서 더 또렷하게 남는다.
무리한 일정 없이, 내가 쉬고 싶을 때 쉬고, 걷고 싶을 때 걷는 2박 3일. 생각보다 알찼고, 생각보다 외롭지 않았다.
혹시 나처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사파, 생각보다 괜찮다고.